꿈에서 워켄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잡동사니들을 그러모아 조금씩 분해해보고, 서로 맞대어보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부품들을 달그락거리다 보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꼭 들어맞는 것들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곳에 쓰이던 것이었지만, 무에서 유가 된 것이 다시 무로 돌아갔다가 유가 되는 광경에 워켄의 눈이 빛났다. 뒤에서 그것을 퍽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워켄은 뒤 한 번 돌아볼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문득 느껴지는 피 냄새에 뒤를 돌아보면, 붉게 젖어버린 땅 위에 우두커니 혼자 서있는 자신이 있었다. 급하게 의료용품을 찾아보려고 다시 책상을 바라보았지만, 어느새 책상과 병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저 혼탁하게 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댄.”
배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시체가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그 주변을 많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둘러쌌다. 질책하는 눈빛, 섞여들 수 없는 이질감.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 나온 자신. 제국 성벽에 기대어 앉아 그제야 막힌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도 달래주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남이었다. 점점 주위가 새카맣게 잠겨들었다. 워켄은 계속해서 그리운 이름을 불러대었다.
“댄, 댄…… 미안해요…….”
“괜찮네, 워켄.”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에 놀란 워켄의 눈이 뜨였다.
눈을 떠 보면 익숙한 가구들이 보였다. 내 방인가? 힐끗 주위를 둘러보니 인형의 여관은 맞았으나 그곳에 있는 물건들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옆에는 루비오나의 대공과 상점의 어콜라이트가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워켄은 탐색을 나갔다가 쓰러져 돌아왔던 사실을 떠올렸다.
“악몽을 꾼 게로군.”
“로즈마리의 향을 더 강하게 피우는 게 좋을까요?”
“그건 닥터의 뜻에 따르는 게 좋겠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닥터. 좀 더 향을 맡으면 악몽은 잊을 수 있습니다.”
“아니, 괜찮네… 잊고 싶지 않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만 향을 거두어가도록 하지요.”
루드가 창문을 열자 스산한 바람이 로즈마리 향기를 가지고 나갔다. 사실은 잊고 싶을 만큼 괴로웠지만, 이것은 잊어선 안 되는 거라고,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는 자신일 수도 있고, 죽어버린 댄일 수도 있었다. 눈물젖은 뺨에 바람이 스치자 몸이 떨렸다. 곧, 그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투박하고 따스한 손에, 워켄은 한 번 더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