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02. 19

츸님과 부루님께서 주신 키워드 세 개(닥터 신음, 닥터 손목, 우닝워켄) 가지고 끄적끄적.

 늘 그런 식이었다.

 지시자에게 있어 그의 존재란 간편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백신주사, 혹은 에릭실. 분명히 그 역시 한 명의 전사로서 이곳에 불려진 것일 텐데 하는 일이라곤 손목에 흠을 내어 그 피를 바닥에 쏟는 일뿐이었다.

 "그저 버리는 피에 블러드렛팅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너무한걸."
 "? 그의 피는 착실하게 당신을 회복시키고 있습니다. 버리는 게 아니에요."
 "아니, 하지만 저래서는......."

 그러나 마주친 무기질의 유리 눈동자를 보고는 이으려던 말을 다시 밀어넣었다. 인형이 인간의 아픔을 알 리가 없다. 생살을 찢는 고통도, 부활을 위해 그것을 견뎌내야 하는 인내도.

 인형의 저택으로 돌아와 서툴게나마 그의 손목을 치료했다.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처 위에 붕대를 감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소매와 장갑 사이로 내밀어진 손목은 무척 가늘고 희었다.

 문득 이상한 충동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의 손목에 입을 맞추고 있음을 입술의 감각이 알리고 있었다. 혀를 내밀어 핥고, 이를 세워 얇은 피부를 깨물었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움찔 오므라들었다. 그제야 나는 입을 떼어내고 다시 붕대를 감아주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그는 전투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