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켄, 가만히 좀 있어. 항의 들어온단 말이야." "그러게 진작 중절수술 시키라고 했잖아요 아저씨." "음...니타양, 그래도 그건 역시 좀 잔인한 일이 아닌가. 같은 남자로서..." "니타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리고 전 여자라서 그런 고통 몰라!" "...니타, 아니 도니타양. 혹시 그날인가? 영 까칠하구만." "뭐, 뭐라는 거야 이 아저씨가! 나 갈래요!"
쾅 소리가 나도록 닫힌 문에 온 집안이 울려 창가에서 발정이 나 갸릉거리던 워켄(고양이)이 굴러떨어진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뭐 또 실수했나보군. 한숨을 쉬면서 워켄을 부르자 워켄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무릎 위로 뛰어올라 웅크려앉았다.
"내 잘못인가." "물론 자네 잘못이네. 도니타는 섬세한 아이야." "사춘기라도 되는 건가?" "사춘기라기보다는 질투지. 자네에게 날 빼앗겼다고 여기고 있으니까. 그리고 고양이를 보며 말하는 것 좀 그만두게. 가뜩이나 내 이름을 붙여놓고 그 녀석만 보고 말하고 있으면 워켄이라는 사람은 없고 고양이만 있는 것 같으니까." "아, 이거 미안하게 됐군."
뒤늦게 고개를 들어 불쾌하게 잠긴 보랏빛 눈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홍차잔으로 내리깔아 숨겨버린다. 몸에 꼭 맞는 보라색 코트는 어느새인가 이질적으로 이 집안에 녹아들어 있었다. 이질적인데도, 어느새 그가 앉아 있는 소파만큼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나저나 도니타양도 섭섭한 소리를 하는걸. 자네를 뺏기고 있는 건 오히려 나인데 말야." "아니, 그 아이가 틀렸다고만은 볼 수 없지." "그건 또 무슨 뜻인가?" "알아서 생각해보게. 난 도니타를 찾으러 나가야 하니까. ...자네는 그 고양이 워켄과 놀고 있든지."
금발의 소녀 인형과는 달리 흑발의 남자는 너무나 조용하게 나가버려서, 나는 그가 그녀와 마찬가지로 화가 난 건지 나지 않은 건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